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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 the Bulltet 본문
[이름과 나이, 직업이 뭐죠?]
[웨이드 윌슨. 나이도? 나 같은 숙녀에게 그런거 물어보면 실례인거 알잖아. 불혹에 가깝다고 해둘께. 직업은, SEㅡPMC 소속 용병이야.]
[..아까 저한테 말해주셨던 걸 다시 얘기하시면 됩니다.]
[또? 같은 얘기를 몇 번째 하는지. 한달 전에, 그러니까 2월 19일 14시에, PMC 전체가 이라크에 있었어. ㅡ존댓말 쓰라고? 알았어, 쓸게.ㅡ 있었어요. 나는, 아니, 저는 4분대의 팀장이었고, 모든 용병들이 참여한 작전이었기에 저도 당연히 그 현장에 있었죠. 사장님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이건 테러범들의 허리를 치는 일이야."라고 말했어요. 마치 세뇌라도 하는 것처럼. 브리핑도 그렇게 받았고, 당연히 테러범들의 소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씨발! 아니었어! 그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ㅡ진정하세요, 윌슨 씨.ㅡ 하. 우리는,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그 평범한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쏘고....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건 반쯤을 죽였을 때였어. PMC가 다 그렇잖아, 겉으로는 평범한 업체인 척 하면서 뒤로는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르고 다니는거. 나도 PMC에 들어갈 때 충분히 각오했던 일인데, 이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거야. 무기는 커녕, 저항을 한 번 못하고 테러범들이 총알 한방에 픽픽 나가떨어져. 그게 말이 돼? 테러범이라며. 그래도 죽였지. 난 그 사람들이 개같은 테러범인 줄 알았으니까!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서 덜덜 떨고 있었던 꼬맹이들 한 무더기를 발견했을 때는, 그래, 그때 알았지. 이 사람들은 단지 뉴욕에 직장이 있지 않고, 아파트에 살지 않고, 아침에 시리얼을 먹지 않고, 영어를 모르는, 그냥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란 걸,]
[윌슨 씨?]
[..그 사람들은 단지 지켜줄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군인도 아닌 업체 소속의 용병들에 의해 죽어야했던 거야.]
[이 얘기를 우리에게 해주는 이유는요?]
[장난해? 이건 학살이야. 살인이라고. 잡아가라는거야. 내 동료들도, 그 수뇌부들도, 물론 나도. 단지 몰랐다는 이유로 내가 저지른 끔찍한 살인이 덮어질 순 없으니까.]
[정의로우시군요.]
[정의? 좆까. 난 그저 그 사람들이 밤마다 내 앞에 나타나 피눈물을 흘리지 않길 바랄 뿐이니까.]
탁, 콜슨이 영상을 멈췄다.
회의실에는 적막감이 감돌고, 피터는 가만히 영상이 멈춰버린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정의를 좆까라고 말하는 남자가 자조하듯이 웃는 모습이 멈춰져있는 스크린에 ㅡ클린트가 분노로 테이블을 내리친 여파로ㅡ 파동이 일었다. 물결처럼 얕게 흔들리는 스크린 속 남자의 모습에서, 깊이 잠겨있는 갈색 눈동자와 말라있는 입술, 인위적으로 치솟은 한쪽 입꼬리에서, 피터는 아주 쉽게 그의 주위를 뒤덮은 죄책감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모르겠어. 삼촌이 죽고나서 자신이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지었던 표정과 똑같은데. 도대체 어떻게하면 그가 지금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미칠 지경이라는 사실을 모를수가 있겠는가.
"증거는?"
"윌슨 씨가 준 usb에 관련 문서와 영상과 사진 몇 개가 있었습니다. 정황 증거 뿐만 아니라 물질 증거도 확실해요. 이 정도면 바로 체포해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건 지금 당장 본부로 쳐들어가도 된다는 소리지? 이 새끼들 전부 조져버리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아니요, 지금 당장 본부로 가봤자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 영상을 찍자마자 바로 요원들을 보냈는데 대부분 도주한 뒤 였습니다."
"어떻게 바로 알고?"
"몰라서 물어? 당연히 내부에 스파이가 있는거지."
"맞습니다. 그래서 이 회의실에서 나누는 얘기는 모두 기밀이에요. 현재 이 영상을 본 요원들 뿐만 아니라 쉴드 내에 있는 용병 출신 요원들을 모두 조사 중입니다만, 아직은 알 수가 없어요."
"아무리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는 요원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PMC 정도면 스트라이크 팀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저희도 그런 줄 알았는데ㅡ이걸 좀 보시죠ㅡ."
아까와 같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스크린이 넘어갔다.
쨍한 불빛이 눈동자를 건드리는 동시에 드러나는 끔찍한 광경의 포착에 깊은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누가봐도 평범한 시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붉은 피를 토해내며 쓰러져있는 모습과 총든 용병들의 모습이 이질적이게도 함께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용병들은 복면 속에 숨어서 심지어는 웃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ㅡ클린트는 다시 한 번 분노로 테이블을 내려쳤다.ㅡ 회의실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그 적나라한 잔임함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사진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도가 되자, 콜슨이 레이저 포인터를 들어 사진의 끝 부분을 가르켰다.
"여기 이 사람. 현재 A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테러범 TJ 우드입니다. 과거에 하이드라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최근에도 하이드라 요원과 접촉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ㅡ"
"하이드라가 관련되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이드라라, 정말 지긋지긋하군. 토니가 양쪽 눈썹뼈를 엄지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내리며 중얼였다. 굳어있는 표정의 캡틴을 비롯해서 회의실 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비교적 최근에 어벤져스에 들어와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던 피터 또한 ㅡ눈치를 보다가ㅡ 대충 이해한다는 듯 진중하고 슬픈ㅡ또는 그러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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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안 잡아가는데? 당장 체포해, 자백했잖아! 내 입으로 내가 감옥에서 100년 간 썩어야하는 이유를 줄줄이 털어놨는데 지금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는거야? 잡아가라니까! 씨발 무슨 내가 염병할 베트맨도 아닌데 왜 감옥에 안 쳐넣질 못하는건데?!
웨이드는 헉, 숨을 깊게 들이마쉬며 발작하듯이 몸을 일으켰다.
씨발. 꺠어남과 동시에 입 밖으로 터져나오는 온갖 쌍욕들의 향연을 웨이드는 협탁에 놓여있던 물을 입 압에 쑤셔넣는 것으로 간신히 틀어막았다. 그러고나니 숙이 막혀온다. 울렁거리고, 윽, 씨발! 든 것도 없는 빈 속에서 올라는 위액에 웨이드가 다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 속에 토해냈다. 방금 내가 토해낸 것이 피라면 얼마나 좋을까. 평범한 사람들을 죽인 대가로 병을 얻어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웨이드가 한번 더 위액과 음식이 뒤섞인 무언가를 뱉어냈다. 차라리 아까 깨자마자 쌍욕으로 파티를 벌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기분이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괴롭다, 괴로워서 정말 사전적 의미의 사망을 맞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웨이드는 자신이 그리 쉽게 죽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살은 안된다. 저가 느끼는 죄책감의 근원은 그리 쉽게 저버릴 수 있는 종류의 그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당장 감옥에 쳐넣어서 ㅡ죄수들에게 맞고 엉덩이를 내주고 충분히 고통스럽게 사는 것으로ㅡ죗값을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만 같았던 쉴드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이 한 때 회사라고 부르며 몸 담았던 그 전쟁 대행 업체가 정식적으로 기소되고, 그 회사 소유의 기니피그 한 마리까지도 잡혀들어가기 전까지는 웨이드의 감옥행도 당분간 보류였다. 심지어 그 사람들은 내가 무슨 죄책감에 자살하기 일보 직전인 정의의 사도인 줄 아는 것 같았다고! 제 어깨를 참 다정하게도 토닥이며 자신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상관의 명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 몹쓸 짓을 많이하고 돌아다녔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던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에 웨이드가 어깨를 잘게 떨었다. 그를 존경하고 동경한 지가 어언 삼십년. 자신의 환상을 짓밟은 캡틴의 오해어린 위로를 결국 참지 못한 그때의 웨이드 윌슨은 자신을 감옥으로 보내달라 외치며 발악했고, 요원들은 그것을 ㅡ죄책감에 찌든 캡틴 캐나다의ㅡ 자살 소동이라 오인하고 웨이드의 목에 주사바늘을 찔러 넣었다. 아무리 잘나가는 특수부대 요원 출시네 용병이었다 하더라도 웨이드는 초인이 아니었다. ㅡ망할 엑스맨 같은게 아니었다고ㅡ 결국 캡틴 캐나다는 그대로 꼴사납게 바닥에 머리를 박고 기절했고.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변기물을 내린 웨이드가 일어나서 세면대에 물을 가득 채우고 얼굴을 박았다. 익숙한 집 안에 낯선 전자파가 느껴졌다. 하루에도 몇 명이 죽어나가는 특수부대에서 몇 년을 썩으면 잠자는 와중에도 TV 뒤에서 째깍거리며 생명의 초를 흘려보내는 시한폭탄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그런 용병의 집에 무단으로ㅡ야동이라도 찍겠다는 건가?ㅡ cctv를 무려ㅡ웨이드가 집 안을 힐끗 둘러보았다ㅡ 하나, 둘, 셋..넷, 다섯, 여섯! 무려 여섯개나 달아두다니! 웨이드가 분노하며 수건에 얼굴을 거칠게 문대고 저멀리 던져두었다.
"쉴드에서 공짜 야동이라도 건지고 싶은 모양인데, 기대는 하지마. 난 야외플을 즐겨! 그리고 몰카는 범죄라고!"
그것도 아주 흉악 범죄! 웨이드가 자신이 보지 않아 먼지가 잔뜩 쌓여있는 잡지들 틈에 숨어있는 카메라 렌즈를 가르키며 외쳤다. 이 영상을 보고있을 쉴드의 요원 중 누군가가 당장 양심의 가책을 느껴 cctv를 회수해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웨이드는 그런 즐거운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웨이드 윌슨은 아주 중요한 목격자이자 유일한 내부고발자였다. 그런 사람이 법정에 서기 전에 죽으면, 아주 큰일이 나는거지. 웨이드는 거기까지 생각하자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침대 위에 쓰러지듯이 뛰어들었다. 어차피 죽고 싶은 마음도 없는걸. 아무도 안 믿겠지만. 죽어서 그 사람들 보기가 너무 무섭단 말이야. 웨이드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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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뉴욕의 친절한 이웃으로써 나무 위에 매달린 유모차를 끌어내리고ㅡ도대체 어떻게하면 유모차가 나무 위에 걸릴 수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ㅡ, 도망치는 문구점 털이범을 잡아 주인의 품에 던져주고, 차에 치일뻔한 꼬맹이를 구해준 스파이더맨은 가만히 빌딩 옥상에 앉아 너울너울 져가는 뉴욕의 석양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자유의 여신상을 등지고 강가에 부드러운 오렌지빛 물감을 풀어내며 슬금 내려가는 모습이 퍽 절경이어서, 스파이더맨ㅡ그러니까 피터 파커는 입 안에 있는 샌드위치를 씹는 것도 까먹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멋지네. 태양이 완전히 강 아래로 잠기자 피터가 딱딱하고 속재료가 부실한 샌드위치를 질겅질겅 씹어넘겼다.
"어이 스파이더맨!"
오 쉣! 어디선가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에 피터가 먹은 샌드위치가 역류하는 것을 간신히 제지한 뒤 손에 들린ㅡ반쯤 먹은 샌드위치를 던져버리고 다급히 마스크를 끌어내렸다. 누가 본거 아니야? 벌렁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허둥대며 일어나던 스파이더맨의 발이 삐끗, 옥상 바깥으로 삐져나갔다. 아 하느님. 내일 일간지에 뉴욕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참치 샌드위치를 먹다가 발을 잘못 디뎌서 추락사했다는 기사가 나가게 할 수는 없었다. 무게중심이 밖으로 쏠려 몸이 기우뚱 넘어가기 시작했고, 피터가 비틀거리는 발을 아예 공중으로 뛰운 뒤, 허공에서 몸을 돌려 한손으로 난간을 잡아챘다.
"훠우! 멋진 쌩쇼인데?!"
피터가 여전히 벌렁이는 심장을 심호흡으로 잠재우며 힐끗 소리가 들려오는 건물 밑을 바라보았다. 석양의 흔적이 남아 아직은 붉은색으로 빛나는 건물과 사람들 틈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남자가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의 쌩쇼ㅡ그래, 방금 그건 정말 쌩쇼였다, 아 민망해라.ㅡ에 찬사 아닌 비아냥을 보내며 박수를 치고 환호하던 남자가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이어서 외쳤다.
"거미 인간! 타코 먹으러 안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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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드 윌슨을 지켜라.' 하는 미션에 대해서 어벤져스 내에 불만이 일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고작ㅡ고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으나ㅡ 증인이고. 성인 남자고. 심지어 특수부대에 용병 출신인걸. 게다가 그를 노리는 적들을 와해되어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으니 그 불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쉴드는 증인 하나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한 집단도 아니고. 윌슨 씨와 타코 집에 가는 5분 동안 느낀 시선이 도대체 몇 개 였는지를 회상하며 피터가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불쌍한 윌슨 씨, 사생활이 없겠네.
"심하지?"
"네?"
"쉴드 말이야. 너도 지금 나 감시하는 인간들 눈치까고 그러는 거 아니야?"
네. 그렇긴해요. 피터가 슬그머니 답했다.
쉴드가 아무래도 나를 상대로 포르노를 찍으려는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음모론을 늘어놓으며 타코를 우적우적 씹어대는 윌슨에게 약간의 유감을 포함 피터 또한 윌슨의 "내가 살게."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타코를 한 입 씹었다. 어색하네, 많이. 한동안 아무런 대화도 없이 어느 용병 하나와 스파이더맨이 타코 씹는 소리만 울리던 가게 안에 문득 정적이 찾아왔다. 허무맹랑한 음모론도 없고, 시시껄렁한 농담도, 특유의 웃음소리도 없는 정적에 피터가 천천히 윌슨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였다. 윌슨은 반쯤 먹은 타코를 들고 침묵하고 있었다. 무서워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쳐져 있는 눈꼬리에 가려진 눈동자가 깊이 잠긴 채로 허공에 머물러있었다. 또 그 표정. 고통스러워 죽고 싶어하는 표정. 그러나 죽을 수도 없을 것만 같은 죄책감에 끝끝내 고통을 인내하는 표정.
"윌슨 씨?'
"스파이더맨은 지킨 사람이 많지."
"그리고 지키지 못한 사람도 꽤 있을거야."
"..넌 기분이 어때?"
늘 이렇게 거지 같니? 매번 이래? 너무 힘들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윌슨은 자신의 고통을 스파이더맨에게 토로하는 대신 얼음이 찰랑이는 물을 목구멍 안으로 거칠게 밀어넣었다. 미처 삼키지 못한 물들이 턱 아래로 흘러내렸다. 피터는 그것이 마치 눈물 같다고 생각했다. 뭐, 실제론 윌슨은 울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건조한 사막 같았다. 그저 허공을 보고, 퍽퍽한 타코를 씹고, 목울대를 간신히 울렁이고, 단지 내뱉지 못한 말들을 입 안에서 썩혀가며 묵묵히 속내를 가릴 뿐이었다.
"늘 고통스럽죠. 아직까지도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고, 가끔 생각나서 눈물나는 사람도 있고, 털어낸 사람도 있어요. 미안하지만 그래요."
"힘든 건 당연해요. 우리는 누군가를 다치게 했고, 지켜주지 못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오래 힘들어하지는 마세요. 적어도 당신은 그들과는 다르게 충분히 아파하고 미안해면서 올바른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진부하지만 사실인걸요."
"..와우. 우리 병원 하나 차리자. '스파이더맨의 어메이징한 테라피 센터.' 어때?"
엄청나게 끔찍한 이름이네요. 피터의 대답에 윌슨이 어깨를 들썩이며 푸스스 웃었다. 눈꼬리가 접히고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 없이 진심으로 순수하게 웃는 그 모습이 퍽 아름다웠다. 마치 석양처럼. 그래, 뉴욕의 석양처럼. 피터는 그를 따라 웃어보이며 멍하니 어느 용병의 아이 같은 미소를 바라보았다. 순순히 인정하겠다. 그는 윌슨을 위로해주고 싶었고, 다독여주고 싶었고, 안아주고 싶었고, 키스해주고 싶었다. 그렇다.
스파이더맨이 웨이드 윌슨에게 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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